etc2009. 11. 9. 09:07




책 소개
조용한 집으로 돌아와 당신에게 들려주는 한비야, 그녀가 꿈꾸는 세상. 세계의 오지를 누비며 도전 의식을 불태우거나 긴급구호 현장에서 불을 끄는 소방관 같은 활동가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한비야. 그녀가 이번에는 자신만의 공간인 집으로 독자들을 초대하여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면서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현장에서의 자신을 돌아본다. 한비야의 맨 얼굴과 마주할 수 있는 흔치 않았던 초대이다. 한비야 특유의 밝은 에너지가 발끝까지 전해지는 것은 물론, 인생 계획, 첫사랑 이야기 등 일기에서나 볼 법한 내밀하고 수줍은 한비야도 만날 수 있다. 또한 그녀는 긴급구호 현장에서 만난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비틀거리는 모습, 그런 그녀를 지지해준 하느님 이야기 등 진솔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흔들리는 젊은이들에게 자기 중심을 잡는 법을 일러주기도 한다. 그리고 아무리 현실이 고단해도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지구 공통의 문제에 대한 한비야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는 우리의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조용한 집으로 돌아와 당신에게 들려주는 한비야, 그녀가 꿈꾸는 세상



지극히 주관적이고 지극히 편파적인 내 마음대로 평
이 책을 대략 50p 정도 읽었을때 첫 느낌이, '어라? 글을 참 못쓰네? 였다. 물론 한비야는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아니며, 이 책또한 에세이기 때문을 감안하더라도 베스트 셀러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함은 분명했다. (p.110) '세상에 이런 일이... 신기하면서도 당황스럽다. 친한 친구에게 수다 떨듯이 쓴느 문체가 무슨 대단한 문체라고 학교 시험문제까지 나온단 말인가. 게다가 글쓰기의 비결이라니!' 라는 한비야의 독백과 내 생각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대목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비야를 처음알게 된건 내가 유일하게 즐겨보는 TV프로그램 무릎팍도사를 통해서였다. 브라운관을 통해서 비쳐지는 그녀의 모습에 놀랐고, 그녀의 가치관에 놀랐고, 그녀의 언행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비록 50분 남짓 분량으로 그녀을 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난 순간 "딱 한비야 답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뛰어난 필체도 아름다운 형용어구도 논리정연한 글솜씨도 찾아볼 수 없지만, 그녀의 필체에서 한비야를 느낄수 있었다. 그녀의 자유분방한 성격과 꾸미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움, 자신에 대한 믿음과 당당함, 배움과 봉사의 무한한 열정이 글을 통해 넘처 흘러, 그녀의 에너지가 글을 통해 무한히 뿜어져 나옴을 느겼다.

무신론자인 나는 책 요소요소에 등장하는 하나님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복음에, 약간의 불편함이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산에서 풍요로워지는 나, 1년에 백 권 읽기 운동 본부, 이런 성공이라면 꼭 하고 싶다' 의 대목에선 평소 내 가치관과 너무나 동일한 내용의 글을 보고 읽는 내내 뿌듯하기도 했다.

총평 - 내가 나이가 들었는지, 아님 철이 들었는지, 아니면 감정이 메말랐는지 몰라도.. 이 책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거나 색다른 느낌을 주진 못했다. 한비야란 사람을 모르고 이 책을 읽었다면, 책값이 아까워 몇일을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한비야란 사람을 알고서 그녀의 책을 읽었기에 '딱 한비야 답라' 라는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다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기독교를 믿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선물하기에 딱 좋은 책인거 같다."



기억에 남는 문구
p.96 - 이렇게 따지고 보면 늦깎이라는 말은 없다. 아무도 국화를 보고 늦깎이 꽃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졌다고 생각되는 것은 우리의 속도와 시간표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고, 내공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직 우리 차례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철에 피는 꽃을 보라! 개나리는 봄에 피고 국화는 가을에 피지 않는가.

p.152 - 맺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돈키호테]의 내용이다.

p.210 - 무엇이든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가는것. 당신이 이곳에 살다 간 덕분에 단 한 사람의 삶이라도 더 풍요로워지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이다. 이런 성공이라면 나도 꼭 하고 싶다.

Posted by 고산(高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