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난 당당하게 '독서' 라고 이야기 한다. 아니.. 사실 부끄럽게 독서라고 이야기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활화가 되어야지, 어찌 책을 취미생활 따위로 읽는다 말인가? ' 라는게 내 지론이니... 가히 내 취미 생활은 남 부끄러운 짓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미생활으로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책을 거의 안 읽은것 같은 내 천성으로 인하여 때론 당당하게 때론 부끄럽게 이 취미 생활을 연명해 나간다.
독서가 내 취미가 된건 군시절로 되돌아 간다. 하루를 48시간이라고 해도 부족한게 이등병이라면, 하루를 12시간이라고 해도 길다 느끼는게 병장임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나 또한 다른이들과 똑같이 1분 1초가 길게 느껴지는 병장시절, 너무나 심심한 나머지 접하게 된게 책이니...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과거임에는 틀림없다. 어쨋든.. 그 부끄러운 첫 만남이후 매년 10여권 정도의 책을 읽어오니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내 성격상 나름 오래된 취미생활이라 할 수 있다.
난 책을 읽을때의 버릇 하나가 있다. 책 옆에 메모지를 두고 등장인물의 이름, 성격, 인관관계, 중요한 문구, 내 생각 등을 필기하는 버릇이다. 그 모습을 본 내 친구는 무슨 책을 공부하듯 적어가며 읽느냐고 타박을 주기도 하지만... 내 기억력이 부족하여 하루이틀 지나면 주인공의 이름조차 까먹는 경우가 다반사라 고심끝에 생각해낸 내 나름의 파놉티콘이니,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책 사이에 끼어있는 내 메모지 한장만 읽으면 방금 읽은것처럼 기억이 되살아 나기도 한다.
1년에 책 100권 읽기 운동본부장인 한비야씨의 말마따나, 1년에 100권씩 읽고 내 남은 평생을 50년이라고 가정해도, 내 평생 읽을수 있는 책이 5,000권밖(?)에 되지 않는다니...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게 내 철학이지만, 조금 부끄러운 숫자임에는 틀림없다. 한 10,000권 정도는 읽어야 책좀 읽었다 할 수 있지 않겠나? ㅋㅋ 그래서 내년부턴 조금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책을 취미생활로 읽기 시작해서 이젠 독서의 생활화를 이루려는 나에겐 작은 소박한 꿈이 하나 있다. '제 취미는 독서입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책을 취미로 읽으세요???' 라는 비음섞인 나의 콧소리와 함께 나의 거만한 썩소 한방 시원하게 날려주는게 내 소박한 꿈중 하나이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째지는것 같다. ㅋㅋㅋ 난 그 소박하고 아름다운 꿈을 위해 오늘도 책을 읽는다.
독서의 생활화여~ 나에게 오라~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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