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2009. 12. 22. 10:55





책소개
최근 한국 소설의 가장 뚜렷한 개성적 성취 가운데 하나로 성석제를 드는 데 주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른바 '성석제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특한 그만의 화법과 소설 전략은 동료 작가들과 문학 지망생들 사이에서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의 신작을 손꼽아 기다리는 상당수의 고정 독자층은 물론 일반 독자들의 호응도 높아가는 추세다. 비평계의 반응도 상당히 호의적이어서, 그의 소설은 ‘자폐적 독백’과 ‘나르시시즘’의 늪에 빠져 있던 1990년대 한국 문학의 어떤 난관을 유쾌하게 돌파해냈다는 상찬을 받아왔다. 전통과 현대의 문화적 단절을 원죄처럼 안고 있는 근대 문학의 역사 속에서, 이 작가가 우리만의 고유한 서사적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은 이제 더이상 단순한 가능성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 -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문학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고, 1994년 짧은 소설 모음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97년 단편 '유랑'으로 제3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2000년 [홀림]으로 동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1년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이효석문학상과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2004년에는 '내 고운 벗님'으로 현대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으로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홀림],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 등이 있고, 장편소설로는 [아름다운 날들], [순정], [인간의 힘] 등이 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지극히 편파적인 내 마음대로 평
내가 지극히 주관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top 3 안에 들어있는 작가중 한명이다. 책을 빌리려 도서관에 갔다가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이 책을 빌려 버렸다. 너무나 순전히 작가의 이름만 가지고 빌려버렸으나 원래 빌리려고 했던 책의 작가에게 일말의 양심적 가책을 느끼지도 않는다. 제목만큼이나 성석제의 글들은 재미나기 때문이다. 성석제씨의 글들을 보면 '이야기 보따리' 란 느낌과 '유쾌하다' 란 느낌이 떠오른다. 물론 시대의 희비단면을 다 포함하지만, 적어도 나에겐 그런 어둠조차도 유쾌하다. 물론 이책은 그동안 읽었던 성석제의 다른 책들보단 솔직히 아주 쪼금 덜 잼있었지만 말이다.

총평 - 길어야 원고지 10장을 넘지 않는 짧은 글들에서 작가는 우리 인생의 희비극적 단면을 촌철살인의 언어로 폭로한다. 그리고 그 폭로가 동반하는 참을 수 없는 웃음 뒤에서 독자는 인생사의 지긋한 슬픔과 문득 대면한다. 




기억에 남는 문구
- 한마디 말씀의 마지막 의미 -
마지막은 남겨두는 게 좋아. 그게 있어서 더 그리워하고 안달하고 사람답게 살아온 거야.
우리가 우리가 사이에 있을 만한 일을 다 해치워 버렸다면,
그때에 이승에서 할 수 있는 걸 다 이루고 말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렇게 만날 이유도 없었겠지.
이처럼 행복하지도 않았을 거고.              

- 우렁 각시에게 -
재미 다음의 문제는 슬픔이다. 고등학교 때의 은사는 내게 흥진비래(興盡悲來)와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래'자 돌림의 형제들에 대해 일러 주셨다. 그중에서 나는 흥진비래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중략)
흥이 다하면 슬픔이 온다는 것, 또는 흥이 다하지 않은 슬픔은 가짜라는 것, 환락이 절정에 이르자 오히려 슬픔의 정이 몸에 스민다는 교훈까지 패키지로 들려 주셨는데 워낙 독하게 가르침을 받아선지 아직까지도 흥이 나면 나중에 슬픔을 어떻게 나타낼까 미리 염려하게 된다.                          



 

Posted by 고산(高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