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sanizm/멍때리는생각2008. 7. 27. 21:14

요즘 내 배속에 거지가 있는듯한 착각을 느끼는 여름이다.
그닥 운동을 하거나 크게 움직이는 일이 없음에도, 불과 1달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운동량을 소비하기 때문인가? 라는 의문도 들곤 한다. 1년을 가까이 혼자서 밥을 먹었다. 보통사람들이라면 혼자 식사를 하는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과 선입견을 가지기 마련이지만, 난 의외로 혼자 식사를 하는것이 처음부터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평소에 대량의 음식물을 엄청난 속도로 흡입(?) 하던 식사습관을 바꾸는 계기로 삼았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것이다. 때론 누군가와 같이 식사를 할때면 오히려 천천히 먹는 바뀐 습관땜에 곤욕을 치리기도 하니, 빨리 먹기 대회에 나가 3번이나 우승한 경험이 있는 나로선 참으로 웃긴 일이 아닐수 없다.


7월달에 들어와서 나는 시골생활을 청산하고 노량진에 와서 생활을 하고 있다. 고시생과 재수생이 넘쳐나는 이곳에 먹거리는 평소에 내가 접하지 못한 경험을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여기와서도 내 식습관땜에 때론 내 자신이 서글퍼 지기도 한다. 몇일전 어느 맛있는 보쌈집을 발견했다. 정식이 3,500원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다양한 음식들이 나온다. 맛도 맛이거니와 다른 여타 집과는 달리 조용한 분위기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노량진에 평범한 음식점들은 식사시간이 되면 줄서서 기다리다가 밥을 먹을정도로 혼잡하다) 나는 그날도 혼자서 보쌈집에서 조용히 밥을 먹고 있었는데..어김없이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어느덧 가게는 사람들로 가득차게 되었다. 문듯 밥을 먹고 있는데..예사롭지 않는 시선이 느껴져..주위를 둘러보니...가게 밖으로 여러명의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그러다 문득...모든 테이블엔 2명, 3명, 4명이서 앉아서 먹고 있는데..나만 혼자서 먹고 있는게 아닌가? 그것도 너무 느긋하게..천천히... ㅡㅡ^ 주방으로 시선을 돌리니...아니나 다를까...식당주인이 줄서있는 손님들을 보며 '저쪽 자리 금방날꺼예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라며 나를 쳐다본다.


혹자는 내돈주고 내가 먹는데..왜 혼자먹는것땜에 눈치를 봐야 하냐며 나에게 따질지도 모르다. 하지만 난 어릴때부터 상업을 하신 우리 부모님덕택에, 가게를 한다는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잘 알고 있다. 손님 한분한분이 아까운데 나처럼 혼자 와서 한테이블을 다 차치하고선, 다른손님이 먹는 2배의 속도로 천천히 먹으니..별로 안 달가워 할만은 충분하다. 나또한 인정이 많은지라...겸허히 받아들여...허겁지겁 빠른 속도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오니..그제서야 서러운 감정이 밀려온다. 그 가게 주인에 대한 미운 감정보다도...언제부턴가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산책을하고, 혼자서 취미생활을 하고, 혼자서 말을하는 내 자신에 대한....그런 서러움 말이다.. 그 순간 누군가가 내 옆에 있어서 같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면, 조금은 더 여유있게 식사를 할 수 도 있었을텐데..하곤 말이다.


군대에서 내가 가장 서러웠을때가 내가 병장이 되어..언제라도 전화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는데...막상 그 순간에는 내가 전화할 곳이 없었던 적이 있어...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끔길을 가다 삼겹살집을 보면 나도 삼겹살 구워서 쏘주한잔 하고 싶고, 횟집을 보면 나도 광어회 시켜서 먹어보고 싶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다. 더욱 내 마음이 아픈건...돈이 없어서 그런것이 아니라, 혼자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통장에는 부모님이 부쳐주신 충분한 여유의 용돈이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할수 없다는것..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데 할데가 없다는 것...그것이 내 마음에 여유를 뺏어가는 것일지도..
마치..내가 군대에서 느꼇던 그때 그 느낌처럼..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것 자체가 벌써 웃긴일이다.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보다도 훨씬 고마워 해야 할 일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없는 일보다 할 수있는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언젠가 더 나이가 들면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할때가 올 수 도 있는 것이고, 지금 내가 이렇게 걸어다니지만 먼 훗날 걷고 싶어도 못걸어 다닐수도 있는 것이며, 사랑을 하고 싶어도 사랑을 할 수 없는 시기가 올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지금은 나는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행복해 할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훨씬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고작 눈치밥 좀 먹는다고, 혼자 밥먹고, 혼자 생활한다고 어리광을 부리기엔..내 자신에게 너무 부끄럽지 않는가.


떳떳해지고 주변에 모든일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지금 이 순간을 보람있게 보내자.
주변에 외로움에 힘들어 하는 이가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인생은 원래 혼자 살아가는 거야! 임마!!! '


'MuSso의 角처럼 혼자서 가라' 내 좌우명 처럼...

Posted by 고산(高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