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동안 산을 오를때 누구에겐가 쫓기는 마냥, 엄청난 속도로 정상을 향해 올라가곤 했었다. 무엇이 그렇게 날 바쁘게 만들었는지.. 언제나 조급해하고 불안해 했었다. 산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이런말을 했다. '등산은 스포츠가 아니다, 빨리 올라가는것만이 좋은것이 아니고, 정상에 올라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날 향해 꼭집어 말하는 듯한...나 또한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새삼 부끄러운 마음이 피어난다. 이제 더이상 난 정상에 집착하지 않는다. 천천히 쉬엄쉬엄 산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식물과 호흡을 같이하며, 산에 오를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정상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다음에 다시 오면 그만인것을....
'혹자는 힘들다고 산에 가서 정상에 가보지도 않고 내려온 사람이 세상에 나와서 어려운 일이 있을때 어떻게 견뎌낼려고?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생각이 틀리다. '산은 산이다, 산은 산일 뿐이다.' 산에 스포츠를 할려고 온 사람들은..빨리 오르고 무조건 정상에 올라 사진 한장 박고 정상에 올라온 기념으로 오손도손 모여앉아 걸그러운 목소리로 떠들어 대기 바쁠지 모르나...난 사랑하는 님을 찾아온 마음으로...산에서 만큼은 여유를 부릴것이다.
비닐봉지를 건빵주머니에 넣고.. 산에 오르며 쓰레기가 눈에 뛸때 마다 줃었다. 따른 등산객이 지나갈때는 더 의식적으로 쓰레기를 줃었다. '내가 줃는걸 보고 혹시나 한번이라도 쓰레기를 버린적이 있다면 부끄러워 하라고, 혹은 한번도 버린적이 없더라도 쓰레기를 줃는 내 모습을 통해.. 다음에 그 사람이 등산을 할때 혹시나 날 따라 쓰레기를 줃으며 등산을 할지 모르니까' 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내가 착해서 그런것이 아니다. 난 다분히 의도적이며 계산적이다. 내가 등산을 하면서 쓰레기를 줃는 가장 큰 이유는.. '좋은일, 착한일 많이 하면 나중에 복 받을까봐서이다' 그래서 난 의도적으로라도 착한일을 많이 하려 노력한다. 단지 가식적인게 싫을뿐, 언젠가 착한일 더 많이 하면 복받을 날이 오겠지?
혼자서 등산을 간다는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혼자라는건 그만큼의 자유가 함께 한다는 것을 말한다. 내가 쉬고 싶을때 쉬고, 내가 걷고 싶을때 걷고, 내가 먹고 싶을때 먹고, 내가 자고 싶을때 낮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번 월악산 5시간의 등산코스를 난 혼자서 쉬엄쉬엄 나름 자연을 느끼고자 하여 7시간이 넘는 시간만에 등산을 완주하였다. 7시간 동안 내가 느낀 가장 큰 행복은 '상상' 이였다. 내 머리속을 거니는 자유롭고 행복한 '상상' 들이 였다. 어떤 큰 나무를 보며, 이 나무는 이름이 뭘까? 덩키가 크니까..홍만초이나무?? 왜 산을 오를때 보다 내려오는게 더 빠를까?? 다른 사람들은 산에 왜 오는 것일까?? 이 산에는 어떤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을까?? 혼자서 올라가다가 갑자기 호랑이랑 마주치면 어쩌지??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이런 상상속에서 내 나름의 해답을 찾아놓고선 혼자서 뭐가 좋은지 씨익 웃는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웃겼나 보다. 이런 자유를 7시간이나 만끽하였다. 월악산의 산과 바람과 하늘과 나무와 동식물과 함께 말이다.
다만, 내 사진을 찍어줄 찍사가 없다는게 가장 불편하였다. ㅡ,.ㅡ^ 셀카 찍다가 차키를 절벽에 떠러트릴뻔 했으니...가슴이 콩닥콩닥...아놔~
'등산은 가는 이유가 무엇이오?' ..라는 질문을 받을때면.. 난 항상 이런 대답을 한다.
'난 산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하지만 왜 산을 좋아하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 해답을 찾으려 매번 산을 찾는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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